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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단상

회사와 직원, 누구 편에 설 것인가

2025-12-22 조회수 : 41

회사와 직원, 누구 편에 설 것인가

2009.04.13 


성경에는 간음한 여인의 예화가 있다. 간음한 여인을 심판하려고 한 사람들에게 죄가 없는 자가 있으면 돌로 이 여인을 치라는 예수님의 일갈로 세속의 심판을 일거에 뒤집어버린 사건이다.
이와 같이 세상 만사의 법과 제도는 완전하지 못해, 규정대로만 해석하는 경우에는 분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지방법원에서 내려진 판결도 고등법원, 대법원을 거치면서 뒤집어지기 일쑤다. 대법원에서의 최종 판결을 대법원 판례로 하여 일선 판사들이 참고하는 관행도 바로 최고의 법률기관에서 법 조항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재해석하는 기능이라고 보여진다.

민간기업에서 인사평가나 승진심사를 하면 반드시 구성원 사이에서 불만이 생기는 것도 마찬가지 사례다. 좋은 평가를 받거나 승진이 된 사람은 괜찮은데 그 반대의 사람은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규범에 대해 모 대학의 저명한 언론학 교수님께서 들려주신 유학 시절의 일화가 생각난다.

“주차장에서 다른 사람의 차에 부딪쳤습니다. 나는 무심코 옆을 돌아보는데 현지 동료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봅디다. 우리의 무의식 속에는 주변 사람이 기준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그네들은 하늘을 삶의 규범으로 삼고 있었어요.”

규범이나 규정이 애매할 때는 무엇을 기준으로 진실을 판단해야 할까?
회사를 운영하면서 우리 회사도 이러한 문제에 몇 차례 봉착하게 되었지만 결론은 비교적 간단했다.

‘규정이 애매한 경우는 무조건 구성원 편에 서고 회사 편에 서지 말라는 것’이다. 창업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담당 부서에 이러한 원칙을 지키라고 당부했다. 때로는 사람 교체 등을 이유로 현업 부서에서 이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구성원 우선 정책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수년간 ‘훌륭한 일터(GWP)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면서 선진기업들의 GWP 성공사례를 살펴봤다.

미국의 유력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은 월급을 그렇게 많이 주는 것도 아닌데 전 구성원들이 즐겁게 일을 한다. 이유는 ‘구성원을 제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경영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변호사 출신의 창업주 허브 켈러는 하버드대 입학보다 더 까다롭게 구성원을 뽑은 뒤 한 가족 같은 분위기로 서로를 안아주고 소리 지르고, 언제나 파티를 즐겼다.

그 결과 9·11테러 이후 3년간 대형 항공사들이 수천 명의 인력을 감원하고 220억달러의 손실을 볼 때 사우스웨스트는 단 한 명의 구성원도 내보내지 않았고, 매 분기마다 흑자를 기록했다.

유통업체인 컨테이너 스토어도 ‘구성원의 학습과 업무 자율성 부여’라는 ‘구성원 가치제안(EVP)’을 실행에 옮김으로써, 동종업계 평균 이직률의 1/4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진짜로 구성원들이 회사에 가고 싶어 안달이라고 한다. 일하는 모습을 강조하고 성과지향적인 기업이 발전하겠지만, 그 배경에는 반드시 재미와 프라이드를 느끼는 구성원들이 있어야 한다. 구성원을 동반자로 생각하는 조직문화가 있어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어렵지만 우리의 고객과 협력업체에도 같이 적용되어야 할 원칙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가 대접받기를 원하는 대로 상대를 대접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하는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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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제가 2009년 Economic Review라는 주간 경제지에 기고했던 칼럼입니다.
그 핵심 논지는 규정이 애매한 상황에서는 주저하지 말고 회사의 입장보다 구성원의 입장에 서서 판단하라는 것입니다아무리 완벽한 규정을 만든다 해도 해석이 모호한 경우는 항상 존재합니다특히 인사·총무·경리 등 힘 있는 조직이 사소한 안건으로 구성원을 힘들게 하기보다는구성원의 관점에서 과감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이는 창립 이후 지금까지 회사가 꾸준히 지켜온 경영 철학입니다시간이 지나 담당자들이 바뀌었을지라도지원부서에서는 이 원칙을 지금도 변함없이 지켜주기를 요청합니다.


아울러 협력업체관련업체더 나아가 발주자에게도 동일한 태도가 필요합니다설령 우리가 손해를 보더라도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회사 간의 약속은 물론이고담당자의 실수로 잘못 약속된 내용이라 하더라도 회사는 책임지고 지켜야 합니다그렇기에 외부와의 약속은 더욱 신중해야 하며약속을 지키는 태도는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신뢰를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지하시다시피 우리 회사는 창립 때부터 ‘구성원 중심 경영’, ‘일하기 좋은 기업’, ‘행복경영을 핵심 조직문화로 삼아 회사를 운영해왔습니다이러한 경영 철학은 대외적으로도 인정받아우리 회사의 행복경영은 건설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또한 조직문화뿐 아니라 회사의 철학과 운영 원칙을 정리한 HG Way는 우리 회사의 중요한 자산입니다. HG Way에는 핵심가치와 미션행복경영일하는 방식 등이 모두 담겨 있어 회사의 이념을 반영하는 일종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동안 HG Way를 일상 속에서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고구성원들의 체감도도 높지 못했습니다내년 창립 30주년을 맞아 2026년 경영방침에 이를 반영한 것은이제 다시 한 번 HG Way를 생활 속에서 체화시켜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핵심가치와 조직문화는 회사를 좋은(Good) 회사를 넘어 탁월한(Excellent) 회사로 성장시키는 기반입니다이를 발전시키고 정착시켜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창립 초기부터 우리는 경영활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활동을 통해 건설산업의 역사를 새로 써왔습니다. ()건설산업비전포럼따뜻한동행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한미연설립과 활동은 다른 회사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일입니다특히 따뜻한동행의 내년 예산이 2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사실은 더욱 놀라운 성과입니다.


이처럼 자랑할 점이 많지만올해의 성과는 만족스럽지 않습니다그룹사의 부진도 컸고 본사 역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내년에는 더욱 분발해야 합니다어려울수록 강한 조직문화가 빛을 발합니다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듯이회사도 문화와 철학이 단단할수록 어떤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내년 목표는 도전적이지만부서별로 힘을 모아 지속적으로 도전한다면 반드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눈뜨면 회사 가고 싶어 안달 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꿈입니다구성원 중심 경영철학은 우리 조직문화의 핵심이고일하기 즐겁고 보람 있는 회사를 만드는 힘입니다다 함께 이 꿈을 향해 나아갑시다.


연말연시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