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ech
2026 파이낸셜뉴스 제9회 서울인구심포지엄
<지속 가능한 사회의 조건 ? 일·주거 돌봄의 재설계>
개 회 사
김종훈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회장·한미글로벌 회장
안녕하십니까.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회장 김종훈입니다.
오늘 “지속 가능한 사회의 조건 ? 일·주거·돌봄의 재설계”를 주제로 제9회 서울인구심포지엄을 개최하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바쁘신 가운데 함께해주신 내빈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이 마주한 냉혹한 현실의 지표 앞에 서 있습니다. ‘2025년 합계출산율 0.80’.
어떤 이들은 이 숫자를 보며 이제 바닥을 찍고 반등이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인구 구조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전혀 다릅니다. 지금의 미미한 수치 변화는 구조가 개선된 결과가 아닙니다. 두터운 가임기 여성 인구 층과 코로나로 연기되었던 결혼이 일시적으로 몰리며 나타난 ‘착시효과’일 뿐입니다. 이 숫자는 결코 희망의 신호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면 더 깊은 나락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마지막 경고입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저출산과 더불어 급격하게 진행되는 고령화가 국가 소멸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실패의 끝이 어디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일본입니다. 우리보다 먼저 늙고 줄어들기 시작한 일본은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했지만, 결국 출산율 회복에 실패했습니다.
그들이 실패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문제를 잘못 정의했기 때문입니다. ‘출산’이라는 결과에만 집착했지, ‘출산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데는 소홀했습니다. 그 결과 일본은 생산인구가 급감하고 부양 부담이 폭증하며 국가 전체가 활력을 잃었습니다. 지방은 고령자만 남은 채 텅 비어갔고, 국가는 조용히 축소되고 있습니다.
저출산과 초고령화의 결합은 단순한 인구 변화가 아닙니다. 이는 지방 소멸을 넘어 국가 소멸로 가는 직행열차입니다. 안타깝게도 지금 대한민국이 걷고 있는 길 역시 이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의 접근 방식을 고수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일본보다 더 비참한 경로를 밟게 될 것입니다.
인구 문제는 어느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그 어떤 대책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 상태’에 빠집니다. 바로 지금이 그 골든타임의 마지막 문턱입니다. 이제는 질문 자체를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라고 묻지 말고, “왜 우리 사회는 아이를 낳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가 되었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그 답은 명확합니다. 일이 안정되어야 하고, 주거가 감당 가능해야 하며, 돌봄이 사회적 책임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심포지엄의 주제인 ‘일·주거·돌봄의 재설계’는 단순한 정책 제언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존속을 위한 최소한의 생존 조건입니다.
지금의 고령화 속도와 저출산 추세라면 대한민국은 성장을 논하기 전에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 안보 위기를 맞이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거대한 구조적 결함에 정면으로 맞서 해결책을 찾기 시작한다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인구 위기의 해법을 제시하는 선구적인 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일본을 따라갈 필요가 없습니다. 일본의 실패를 거울삼아 그들을 넘어서야 합니다. 그 출발은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 그리고 구조를 바꾸겠다는 강력한 결단입니다. 오늘 이 자리가 수치상의 반등에 안주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근본적인 대전환을 시작하는 역사적인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