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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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5

정직을 훈련하자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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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여러분


한찬건 부회장의 단상을 등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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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을 훈련하자

 

신축(辛丑)년, 하얀 소가 주인공인 해입니다. 소는 동양철학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12간지(干支) 중 두 번째로 등장하는 동물입니다. 굳이 다른 동물들과 비교하자면 인간을 위해서는 가장 희생적인 동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덩치도 크고 힘도 좋은 소가 12종류 동물 중에 첫 번째가 되지 못한 까닭을 풀어주는 재밌는 얘기가 있습니다. 동물들이 달리기 대회를 하는데, 소는 자신이 느리다는 것을 알고 다른 동물들보다 먼저 출발해 드디어 1등으로 결승점에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때 소뿔에 매달려온 꾀돌이 쥐가 갑자기 뛰어내리는 바람에 결국 쥐에 밀려 2등이 됐다는 우스운 얘기입니다. 소의 우직함과 근면함을 잘 나타내주는 재밌는 우화(寓話) 중 우화(牛話)입니다. 새해가 시작되는 즈음에 우직한 소에게서 어리석을 만큼 정직한 작은 배움을 얻었으면 합니다. 요령도 없고 지혜도 없어 보이는 우직한 소를 보면 분명한 소신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것 같아 그 순수함에 오히려 감동을 받습니다.

 

새해 초반 이때만큼은 누구나 각오를 새롭게 합니다. 지난 해 아쉬움은 털어버리고 더러는 집안의 가훈을 바꾸면서까지 모두 힘을 모아 목표를 이루라고 응원합니다. 심기일전(心機一轉)의 다짐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구성원이 마음자세를 가다듬고 한 방향 목표를 향해 고삐를 조이는 시기입니다. 우리 회사도 새로 수립된 경영방침을 완수하기 위하여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그 다부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에너지는 열정과 지구력일 것입니다. 열정을 안고 시작했어도 언제나 중간지점에 오면 지치고 해이해집니다. 위기의 상황에서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원동력은 기업이 가진 고유한 문화에서 재점화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기업문화가 조직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입니다. 예전에는 기업문화가 구성원들의 사고방식, 가치관, 행동방식 등의 단순한 조직 분위기를 대변했지만 최근에는 기업의 고유한 문화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저력이 되고 기업 생존 전략의 핵심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안타까운 오해 중 하나는 ‘정직하면 손해 본다‘는 인식입니다. 이해(利害) 관계가 있든 없든 어디서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면 손해를 보고 피해를 입는다는 생각들을 합니다. 그러나 정직함은 단순한 미덕(美德)이 아니라 반드시 갖춰야 하는 역량(力量)입니다. 미덕으로만 여겨지는 가치라면 지켜도 그만이고 버려도 그만이지만 에너지와 힘이 되는 가치라면 얘기는 다릅니다. 우리 회사의 경영원칙에도 ‘정직‘을 최고의 기업 가치이자 경쟁력으로 꼽고 있습니다. 정직함이 곧 고객과의 신뢰를 가져오고 나아가 건설 산업과 인류사회의 발전에 공헌하는 기본적 힘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직의 가치는 이에 반하는 상황과 충돌할 수도 있습니다. 체득된 기업문화가 힘을 발휘할 때가 바로 이때입니다. 정직을 선택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제서야 고민한다면 정직은 우선순위에서 밀립니다. 협상의 결과물을 눈앞에서 포기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재화되지 않은 슬로건은 힘이 아닙니다. 힘은 훈련으로 만들어 내 안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어 쓰는 실제적 파워입니다. 정직 훈련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직의 힘은 사람과 조직 속에서 신뢰로 나타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정직을 심으면 신뢰의 열매는 자연스레 거두게 됩니다. 믿을 신(信)은 사람 인(人)과 말씀 언(言)으로 구성된 글자입니다. 사람(人)이 하는 말(言)에는 믿음이 담겨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정직한 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믿음을 주는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공자‘는 신뢰 없는 리더십을 가리켜 멍에 없는 수레와 같다고 했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핸들 없는 자동차라는 이야기입니다. 겉으로는 근사하게 보이지만 굴러갈 힘이 없습니다. 결국 신뢰받지 못한 리더는 끝까지 함께 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정직이란 어떠한 상황에서도 생각, 말, 행동을 거짓없이 바르게 표현하여 신뢰를 얻어내는 힘이며, 정직함으로 만들어 낸 신뢰는 공동체를 건강하고 견고하게 세워주는 강력한 리더십의 주춧돌이 됩니다. 

 

정직한 리더란 어떤 유형의 사람일까?


첫째, 정직한 리더는 언행일치(言行一致)를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말 따로 행동 따로 하는 사람을 정직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말을 앞세우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신뢰를 얻기는 불가능합니다. 


둘째, 정직한 리더는 솔선수범(率先垂範)하는 사람입니다. 

“이신교자종, 이언교자송 (以身敎者從, 以言敎者訟)”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몸으로 가르치니 따르고, 말로 가르치니 따진다“는 뜻입니다. 신뢰받는 리더가 되려면 말보다 몸으로 솔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솔선한다는 것은 ‘보이는 매뉴얼‘을 제시해 주는 것입니다. 


셋째, 정직한 리더는 Fact에 근거해 의사를 결정하는 사람입니다. 

구글(google)은 철저하게 Fact를 중심으로 토의하기 위해 반드시 두 개의 빔 프로젝터를 사용합니다. 한쪽은 회의에 관련된 내용을 나타내주고, 다른 한쪽에는 논의 중인 과제의 Data를 실시간 보여줍니다. 그 결과 리더의 선입견이나 판단만으로 의사결정이 되지 않고 Fact와 Data를 근거로 의사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구성원 모두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됩니다. 그래야 정직한 결정을 신뢰하고 따르는 추진력이 발동됩니다.


넷째, 정직한 리더는 Visual하게 Management 하는 사람입니다. 

투명성이 드러나면 신뢰는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고 리더의 정직함은 강화됩니다. 일본의 시장조사 기관인 데이코쿠 데이터뱅크에서 일본 기업들을 대상으로 경영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한 글자를 묻는 설문에 압도적으로 많은 장수기업이 믿을 ‘신(信)‘을 꼽았습니다. 상품과 서비스를 파는 기업은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믿음을 파는 기업은 영속합니다. 장수기업의 비결입니다.

 

‘항상 갈망하고 항상 우직하라(Stay hungry, stay foolish)‘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에서 한 명연설의 화두입니다. ‘hungry‘라는 말은 이해가 되는데 ‘foolish‘라는 말은 왜 했는지 궁금해집니다. ‘foolish‘는 우리말로 ‘어리석다‘인데 ‘어리석다‘의 어원은 ‘어리다‘입니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하지 않으면 어리석기는 쉽지 않다는 뜻을 내포한 말입니다. 어리석음이란 꾸밈이 없는 순수함, 정직함을 나타냅니다. 항상 갈망(hungry)하는 사람은 열정을 잃지 않을 것이고 항상 우직(foolish)한 사람은 정직으로 최선의 열매를 얻게 된다는 가르침입니다. 꾸밈없는 어리석음, 그것이 정직의 핵심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언제나 공정(公正)하고, 공평(公平)하고, 공개(公開)할 수 있는 것이라면 정직의 열매임이 분명합니다.

 

정직의 리더십으로 잘 알려진 ‘한국유리‘ 창업자 최태섭 회장의 전설 같은 스토리는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6.25전쟁 중에 갑자기 부산으로 피난을 가게 된 최 회장은 서울을 떠나기 전 자신이 빌린 돈을 은행에 갚고자 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돈 될 만한 것들을 일부러 챙겨서 떠나는 마당에 그는 거꾸로 돈을 갚고자 은행으로 갔습니다. 의아해하는 직원은 장부(帳簿)들이 모두 불에 타버려 증서를 찾을 수 없다고 했으나 최 회장은 증서가 있고 없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자신이 갚은 돈에 대한 영수증을 써 달라고 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최 회장은 사업을 재개하려고 은행에 대출을 요청했으나 거절을 당했고 낙심한 그는 자신이 갚은 돈이 제대로 처리됐는지 알아보고자 간직해 둔 영수증을 보여줬는데 영수증을 본 직원이 깜짝 놀라며 ‘바로 당신이군요, 당신의 정직함은 이곳에서 전설이 되어 전해지고 있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최 회장은 환대를 받았고 필요한 금액을 무담보로 대출 받았다는 얘기입니다. 전쟁 중이었지만 은행의 신뢰를 얻은 최 회장은 어려운 시기에 정직을 밑천으로 사업을 재개했고 ‘한국유리‘ 라는 큰 기업을 성장시키게 되었다고 합니다.

 

‘겉 사람은 남이 보고 속사람은 내가 본다‘는 말이 있습니다. 남은 내 겉 사람을 보고 이러쿵저러쿵 평가하지만 눈에 안 보이는 속사람은 나만 볼 수 있습니다. 근면하고 성실한 것은 남의 눈에 띄기도 하지만 정직한지 아닌지는 나 자신만 정확히 볼 수 있습니다. 겉모습은 위장도 과장도 가능하지만 정직은 꾸밈으로 위장할 수 없습니다. 세상은 늘 변화무쌍합니다. 나를 둘러싼 모든 시·공간은 매일 다르게 설정되고 다른 처세를 주문합니다. 정직한 의식구조와 사고 습관이 훈련되어 있지 않으면 정직한 삶을 살아내기가 불가능한 세상입니다. 어떤 가치로, 어떤 훈련으로 나를 견고하게 세울 것인가는 온전히 나의 몫입니다.

 

새해가 오는가 싶더니 어느 새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이 지났고 ‘우수‘도 문 앞에 가까이 와 있습니다. 따스한 봄기운이 아직은 좀 이른 듯하나 밭갈이 하는 농부들의 손길은 슬슬 분주해 질 것 같습니다. 요즘은 트랙터가 밭갈이를 대신해 주기도 하지만 아직도 산간마을에서는 멍에를 메고 쟁기를 끄는 누렁소를 만날 수 있습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농부의 ‘이랴~‘ 소리에 발걸음을 맞추는 근면하고 성실한 소에게서 새해 내가 지고 갈 멍에의 교훈을 얻습니다.

호시우행(虎視牛行)!!!

우리 모두 호랑이의 날카로운 눈으로 우리 앞에 당면한 미션을 직시하면서 소 같이 우직하고 정직한 행보를 이어가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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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서윤덕


봄 맞이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얼음아래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소리

동백꽃망울 기지개 켜는 모습

상급학교에 갈 채비하며

의젓함을 여미는 이월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 들다가

아지랑이와 함께 오는 훈풍에 꼬리 내린다

봄 맞이 길을 여는 이월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