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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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6

뛰어난 CEO의 방향성과 신념

김종훈
조회수 1164 페이스북트위터 Email

구성원 여러분

 

이국헌 상무의 단상을 등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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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CEO의 방향성과 신념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마진을 취함으로써 수익을 만들고 이를 통해 기업활동을 지속하게 됩니다.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수익의 크기는 산업군에 따라 매출액 대비 비율의 차이는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해당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가 시장에서 얼마만큼 인정받는 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시장에 공급할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때 여기에 어떤 가치를 담을 것인지를 고민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고객에게 전달되는 가치 또는 고객이 인식하는 가치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사례들을 접하게 되는데, IT산업 중에서 개인용 컴퓨터를 제조/판매하는 것으로 시작한 두 기업, ‘애플'과 ‘델 컴퓨터'의 사례를 통해서 제품의 가치 창출의 방향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애플은 1976년에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로너드 웨인이 ‘애플 컴퓨터'란 이름으로 설립한 회사입니다. 개인용 컴퓨터의 태동기에 ‘Apple I'을 시작으로, 이후 제작한 ‘Apple II'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일약 실리콘 밸리의 스타로 등극하였습니다. 이후 신작인 ‘Macintosh'와 새로운 운영체계인 ‘Mac OS'를 내놓으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으나, 1985년 스티브 잡스와 이사회의 갈등으로 인해 잡스가 해고를 당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잡스가 회사를 떠난 후 존 스컬리가 이끄는 애플은 지나친 제품 종류 확장과 차세대 운영체제의 개발 실패 등으로 경영이 계속 악화되어 급기야 부도 직전까지 몰리게 됩니다.

 

애플은 결국 잡스가 세운 NeXT에서 만든 운영체제 NeXTSTEP을 차세대 운영체제로 선택하고 NeXT를 인수하면서 1997년 잡스가 다시 경영자로 애플에 돌아오게 됩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했을 당시 한창 잘 나가고 있던 델 컴퓨터의 CEO인 마이클 델은 한 테크놀로지 컨퍼런스에서 “당신이라면 애플을 어떻게 회생시키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나라면 회사를 문닫고 남은 돈을 주주들에게 돌려주겠습니다.”

 

마이클 델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을 정도로 나쁜 상황에 처해 있던 잡스는 대규모로 인원을 감축함과 동시에, 제품 종류 간소화로 변화를 주도하였습니다. 애플은 1998년 iMac, 2001년 iPod, 2007년 iPhone, 2010년 iPad를 연달아 발표하면서 2011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됩니다. 마이클 델로부터 받은 모욕을 마음 속 깊이 담고 있던 잡스는 2006년 1월 시가총액에서 애플이 델을 추월했을 때 회사 전체에 아래와 같은 메일을 보냈습니다.

 

“팀, 마이클 델은 미래를 예측하는데 결국 완벽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 주식시장 종가로 볼 때 애플은 이제 델보다 더 가치 있는 회사가 됐습니다. 주가라는 것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합니다. 내일은 또 결과가 달라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나는 오늘 이 순간을 기억해두고 싶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복귀 이후 애플은 제품 라인을 단순화하고, 디자인을 매우 미니멀하지만 세련되게 바꾸고 제품에 혁신적인 기능을 담게 됩니다. 다국적 기술회사는 일반적으로 고객의 Needs와 Wants를 파악하기 위해 마케팅 조사를 수행하는데, 애플은 이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고객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항상 알 수는 없다”라는 잡스의 생각에 따라 고객이 애플 제품을 원하게 만드는 마케팅 전략을 실행하게 됩니다. 놀라운 수준의 디자인과 최신 기술을 결합하고, 완전히 새로운 개념과 기능을 가진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계속 만들어냄으로써 고객에게 ‘혁신'이라는 애플 제품의 가치를 인식시키는 가치 창출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제 델 컴퓨터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델 컴퓨터는 1984년에 마이클 델이 설립한 컴퓨터 제조/판매 회사입니다. 현재는 2016년에 새롭게 출범한 ‘델 테크놀로지스'의 자회사로 있으며 본사는 미국 텍사스의 라운드 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1983년 당시 일반적인 IBM 호환 PC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부품 가격은 약 700달러 정도면 충분했지만, 소매업자는 완성된 PC를 2,000달러에 구매해 소비자에게 3,000달러 정도에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마이클 델은 이를 직접 제작하면 소매업자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판매하면서도 더 많은 수익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이듬해 자본금 1,000달러를 가지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IBM PC와 동등한 성능의 제품을 더 낮은 가격으로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 창출 전략을 적용한 것입니다. 이 전략은 당시 매우 유효하여 1992년 미국 포츈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에 꼽힐 만큼 고속 성장을 하게 됩니다. 1998년 그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마이클 & 수잔 델 캐피털(MSD Capital)이라는 투자전문 회사를 세우고 일상적인 업무에서 물러났으며, 이듬해에는 이 캐피털을 바탕으로 MSD 재단을 세워 자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2004년에는 자신의 대표 자리까지 전문 경영인에게 넘기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델 컴퓨터의 최대 가치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데 있습니다. 고객이 인터넷이나 카탈로그를 보고 제품을 선택해서 주문을 하기 때문에 매장이나 도매상이 필요 없으므로 유통마진을 없앨 수 있었으며, 모든 제품을 부품의 형태로만 가지고 있으면서 고객이 주문을 하면 그 때부터 조립이 시작되었습니다. 주문생산임에도 불구하고 최단 시간 안에 다양한 사양의 제품을 고객에게 보낼 수 있었고, 대량생산에도 대응할 수 있는 생산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에 델 컴퓨터의 가치 창출 전략이 가능했습니다.

 

델 컴퓨터는 2000년대 초반 세계 PC 시장 1위에 오르며 승승장구했지만, PC 시장에 안주하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2006년부터 HP, 레노버에 PC 시장의 점유율을 빼앗기고, ACER, ASUS, MSI 같은 대만 기업의 저가 제품 공세에 델 컴퓨터의 기존 가치 전략은 힘을 잃게 됩니다. 위기를 느낀 이사회는 2007년 마이클 델을 경영일선에 복귀시키고 반전을 모색했으나, 애플로부터 촉발된 모바일 시장의 성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한때 1,000억 달러에 육박했던 시가총액이 2013년에는 230억 달러로 줄어드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마이클 델은 회사의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변신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주주들로부터의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모펀드와 협력을 통해서 델의 모든 주식을 구매하고 비상장 기업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후 델은 주력 사업인 PC 제조를 넘어 종합 IT 솔루션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작업을 빠르게 추진하였습니다. 2015년 글로벌 1위 스토리지 솔루션 기업인 EMC를 인수하면서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분야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고, EMC의 자회사인 VM웨어의 지분까지 보유하면서 클라우드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할 토대를 마련하게 됩니다.

 

델은 2018년 지주회사인 ‘델 테크놀로지스'로 재상장을 하였고, 현재 시가총액이 약 744억 달러 수준으로 상승했으나 과거의 전성기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애플의 현재 시가총액은 2조5천억 달러를 상회합니다.

 

개인용 컴퓨터를 제조하는 회사로 출발한 두 기업이 가치 창출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했는가에 따라 기업의 명암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해 우리 회사는 “Pivot Our Business for Growth”를 경영방침 슬로건으로 정하고 여러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Pivoting의 방향이 바로 가치 창출의 방향을 의미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회사에서 제시하는 Pivoting의 방향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보는 한 주가 되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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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의 힘'

 

넝쿨 장미가 담을 넘고 있다

현행범이다

활짝 웃는다

아무도 잡을 생각 않고 따라 웃는다

왜 꽃의 월담은 죄가 아닌가?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