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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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23

나이 1426살의 일본기업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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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내용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조동성교수가 2004년 6월 23일자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을 옮긴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회사는 1897년에 시작한 조흥은행과 1899년에 시작한 상업은행이다. 하지만 상업은행은 1999년 한일은행과 합병하여 한빛은행, 다시 우리은행으로 바뀌었고, 최고령 조흥은행은 작년에 신한은행으로 흡수되어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또 1919년, 1924년, 1926년에 설립된 경성방직·삼양사·유한양행도 장수기업으로 꼽히고 있으나 불과 80년 남짓한 역사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외국에는 장수기업이 즐비하다.
서울대 학생들로 구성된 장수기업연구회에서 수집한 자료에 의하면 중국 최고의 술로 인정받는 오량액은 1140년에 시작한 회사가 지금까지 술을 만들고 있고, 우황청심환으로 유명한 동인당약국은 1669년에 설립됐다.
프랑스에는 1000년 전후에 시작한 와인제조회사 샤토 굴랭, 독일에는 1304년에 시작한 호텔 필그림하우스, 영국에는 1541년에 시작한 모직회사 존 브룩이 있다. 또 네덜란드에는 1554년에 시작한 비누회사 데베르굴데한트, 핀란드에는 1649년에 시작한 가위제조회사 휘스카스가 지금도 활발한 영업을 하고 있다.
독립한 지 200여년에 불과한 미국에도 JE 로드라는 컨베이어벨트 제조 회사가 영국식민지시대인 1702년 사업을 시작,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은 일본 오사카에 있는 공고구미(金剛組)라는 건설회사다. 578년 쇼토쿠(聖德)태자의 초청으로 백제에서 온 목수 유중광이 시텐노지(四天王寺)라는 절을 지으면서 설립된 이 회사는, 일본 전역의 절과 성을 건축하고 유지보수를 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1995년 고베시를 강타한 대지진 때 폐허 속에서도 한 개의 건물만이 무너지지 않고 남았는데, 바로 공고구미에서 지은 대웅전이었다고 한다.  
 
세계 각국의 장수기업들로부터 성공요인을 찾아보면
 
첫째는 그 회사의 경영자가 사회에 대해 철저한 '윤리의식’을 가진 점이다.
 
둘째는 명확하고 긍정적인 '기업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고구미에 대해 많은 일본인들은 '기본에 충실하고 보이는 곳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 신경을 쓴다’거나, '고객을 위해서, 고객의 입장에서 목숨 바쳐 일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진 속에서도 살아남는 절을 짓는 기업으로 자리잡은 공고구미의 이미지는 일본인의 뇌리 속에 확실히 새겨져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영자들은 재벌그룹과 같이 외형과 이익이 큰 기업을 만드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장수하는 기업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조흥은행과 상업은행의 예에서 보듯이 장수기업을 지키는 데 대해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장수기업 연구회가 집중적인 연구를 하고 있는 20여 국가 중에서 100년 이상 넘은 기업이 없는 유일한 나라, 그리고 대기업의 평균수명이 30년도 안 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에서도 우리 기업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경영자들을 만나보면 국민들이 반기업 정서를 가지고 있어서 사업하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경영자들은 불평을 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장수기업을 만들고 싶은 경영자에게 기업의 사회적 공헌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다.
 
장수기업을 만들려면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아야 하고, 사랑을 받으려면 먼저 국민에게 사랑을 주어야 한다. 즉 사회를 위해서 능동적으로 공헌을 해야 하는 것이다. 경영자들은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을 사회적 공헌으로 나타내고, 이를 통해 장수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조동성·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